Tuesday, March 1, 2016

Day #19: Rest - 휴식

LA Congress 마지막 날, 주일 미사 풍경
미사 입당 행렬
주교님의 인사
빵과 포도주

영성체를 마친 후에

드디어 LA Congress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2박 3일 동안 8강연 (첫날 2교시를 땡땡이 쳤으니 정확히는 7개의 강연)과 풍요로운 찬양과 미사를 통해, 그동안의 지식에 대한 굶주림과 영혼이 목마름을 모두 해결하고 지금은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너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어 소화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도,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무한대의 가치가 있는 강연들인지라 시간이 겹쳐 들을 수 없었던 강연들의 녹음 CD까지 사고 보니, 무려 25개의 강연 CD를 사 오게 되었습니다. 언제 이것들까지 다 소화할 수 있을지, 머리와 마음의 양식이 너무 넘쳐나서 그냥 저렇게 사다가 푹푹 썩혀버리지는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사온 책도 엄청 많아 기내용 가방에 다 안 들어가서 짐 싸면서 엄청 힘들었는데...ㅠㅠ

강연 CD들 (주문한 것 중 일부는 우편으로 받을 예정)
강연을 하는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다 미국 가톨릭계에서는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인지라 기대는 상당히 되었지만, 그들의 내공은 제가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간 모든 강의에서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오히려 반전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 동안 보지 못하고 있던 세상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제가 들었던 제 7강연('청년들을 본당에 발 붙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 모습: 패널과의 질의 형식으로 진행

LA Congress에 참석하고 있던 2박 3일내내 한국에서도 많이들 와서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이런 풍요로움으로부터 늘 단절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LA Congress는 종교 학술 총회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사실상 접점이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보에 대한 필요와 공급의 접점,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모여들어 접촉이 이루어지는 접점, 그리고 한 영혼과 다른 영혼이 만나는 접점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접점을 통해, 한쪽 끝에 있던 정보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쪽 끝으로 퍼져 나가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고 경험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커가고, 한 영혼과 다른 영혼이 만나 서로 교감을 하게 됩니다. LA Congress가 단순한 학술 총회와 많이 다른 것은 그 정보와 이해와 교감의 흐름이 상당히 거센 곳이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을 헤치며 다음 강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에도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에너지의 흐름이 있고,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한번 다녀간 사람들이 다시 또 오고 싶어지는가 봅니다.

저 역시 이번에도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알찬 내용의 강연을 들어서 좋았고, 강연장에 들어설 때마다 나와 같은 관심사가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면서 동지의식이 느껴져서 좋았고, 강사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듣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져서 좋았고, 주님의 기도를 하면서 잡게된 낯모르는 사람들의 손이 너무 따뜻해서 좋았고, 흑인 미사에서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춰 몸을 흔들다가 눈이 마주친 사람들과 슬쩍 미소를 주고 받을때도 좋았고, 좋았던 것들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지금 LA Congress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가장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저자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첫날은 이미 블로그에 썼던 것처럼 미국 천주교계의 혜성같이 나타난 스타 Robert Barron 주교님을 직접 뵙고 책이랑 DVD에 사인까지 받았으니 더이상 말씀드릴 필요도 없고, 둘째날에 James Clarke 신부님과의 악수도 좋았는데, 세째날에 역시 또 다른 저자와의 접점이 생겼습니다.

그 저자는 바로, 제가 신청했던 '사목에 관련된 봉사자들에 대한 멘토링'이란 주제의 제8강연의 강사 Ann Garrido였습니다. 봉사자들의 성장 단계를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의 분석과 가이드가 주어졌던 것이 인상적이었죠. 그렇지만 역시 결론은, 멘토링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많은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전이었습니다. 멘토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반사 대화 기법(reflective conversation)이라는 것이었습니다.
Ann Garrido: Aquinas Institute of Theology 조교수 (Credit: http://www.ai.edu/)

간호 대학에 다니면서, 일반 외과건 소아과건 산부인과건 어떤 과목이건 간에 간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Therapeutic Communication(치료적 의사소통)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인데, 그것을 위한 중요한 한가지 기법이 바로 반사 대화 기법입니다. 환자가 근심스럽게 혹은 슬퍼서 혹은 화가 나서 질문을 던질때, 간호사가 아는대로 바로 대답을 하는 대신에 그대로 다시 환자에게 반사시켜 환자가 자신에게 질문을 하도록 하는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를 다시 자신에게 물음으로써 내재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보통의 경우, 표면적으로 나타난 모습과는 다른 실제 원인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볼 수 있게 해 주고, 혼자서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워주며, 문제를 보는 관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대화 기법입니다.

특히나 현재 일하고 있는 학급의 담임 선생님이 이 기법을 매우 잘 활용하는 것을 보아왔는데, 뭔가 잘못한 학생에게 "이렇게 해야 해"하고 정답을 바로 주는 대신, "그럴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하고 되묻고는 학생이 스스로 "이렇게 해야 합니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더군요. 그렇게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고 옳은 답을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도록 해서 스스로 자기 행동을 교정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주어지는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로봇과는 달리 학생의 자존감과 독립성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도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 방법의 중요성을 새삼 많이 깨닫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자기 성찰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여서, 저와 저희 아이들의 대화에 이 기법을 많이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것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1시간 20분 가량의 단 한번의 강연으로는 자세한 기술까지 배우기는 어려워 결국 이 강사의 책을 사기도 마음 먹었죠.

마지막 날 박람회장 모습
강연을 마치기가 무섭게 박람회장으로 내려가 책을 구입하고 있는데, 마침 그 강사가 자신의 책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오더군요. 정식 사인회가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가서 사인을 받길래 저도 가서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제 책에 사인을 해 주고 있는 강사에게 왜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 얘기를 하고 이 강연을 듣기를 정말 잘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제 팔을 꼬옥 잡으면서 강연 시간내내 강의 내용 이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 웃음 가득한 얼굴로 저를 보며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며 제가 자기 강연을 들어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제 LA Congress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지난 2박 3일의 시간들을 뒤돌아보니, 왠지 모르게 그 저자들과의 만남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 미소, 따뜻한 손, 목소리, 눈빛, ...

제게 있어서 이번 LA Congress의 테마가 되어 버린 '접점'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저도 '접점'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앞으로 언제 어떤식으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각각 흩어져서 모두 동일한 시행착오를 하며 고군분투하는 대신에 봉사자들의 접점이 되어 서로 교류를 통해 똑같은 시행착오는 피하고 다른 사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LA Congress와 같이 이렇게 좋은 기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듯한 한국 천주 교회가 더 넓은 세상의 정보와 리소스에 연결될 수 있는 어떤 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물론 영어도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아직은 많이 섣부른 생각인 것도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서는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기에, 이렇게 미리 말해 놓고 나면 나중에 지키려고 좀 더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적어 봅니다.

그러자니 이렇게 많은 CD들도 다 들어보고 이해도 해야 하고, 잔뜩 사들고 온 책들도 다 읽어야 하고, 4강연에서 이야기했던 과학 기술로 영혼을 치료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들어보고 싶고, 누군가가 박람회장에서 건네준 홍보용 펜을 통해 알게 된 Aquinas 신학원의 신학 과정도 밟고 싶고...

제가 좋아하는 펜을 잃어버리고 나서 7강연때 엄청 고생하고 난 다음에 박람회장을 가로질러 지나가는데, 누군가 "펜 가져가세요" 하며 거의 길을 막는 듯한 느낌으로 펜을 주더군요. 마침 펜이 아쉬운 차여서 받아들고 몇걸음 걸어가며 펜을 들여다 보니 Aquinas 신학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미국 신학 학위에 관심이 자꾸 생기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래서 발걸음을 돌려 펜을 나눠주던 사람을 찾아가 거기서 제공하는 과정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연락처까지 남기고 오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 백그라운드를 묻더니 석사 과정을 권하더군요. 제가 좋아하던 펜이 깜쪽같이 없어진 것이 과연 우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Aquinas 신학원에서 받아 온 펜과 자료들
어쨌든 하고 싶은 일도 산더미 같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산더미 같고, 시간을 늘 모자라기만 하고...

그러나 뭐가 되었든 시작하기 전에, 엄청나게 빡빡한 일정에 만만치 않은 강의들로 가득찼던 LA Congress도 끝났으니 오늘은 일단은 좀 푹 쉬어야 겠습니다.

(근데, 이 글 쓰다가 결국 밤을 넘기고 말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