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4, 2016

Day #23: Creation -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믿지 않던 이들을 믿는 이들이 되기까지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예비자 교리 교사로서 제가 가장 교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그건 "천지의 창조주를 믿나이다"라는 부분입니다.

일전에 예비자 교리를 맡고 계시던 수녀님께로부터 들은 얘기는 "삼위 일체"부분의 교리가 일반적으로 가장 어려워 교리책에서도 아예 빠지고 있는 추세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이 교리는 인간의 논리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부분임은 맞지마는, 그렇다고 내용을 뺀다는 것은 좀...), 제 경우라면 차라리 "삼위 일체"는 Barron 주교님 스타일[1]로 설명하고 넘어갈 수 있어도, 과학 시간의 "진화론"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각자 나름의 학설이 이미 정립된 상태라서 "창조"라는 대목으로 오게 되면 암말 안 하고 가만히들 있지만 "딴 건 몰라도 난 이건 못 믿겠다"하고 얼굴에 써 있는 것이 보입니다.

예비자들은 "삼위 일체"나 "칠성사" 등의 교리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들은 진짜로 하느님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나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라는 두가지 질문을 품고 성당을 나오기 시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하느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확인가능한 방법으로, 소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믿지 못해도 과학은 믿는 사람들"[2]을 위하여 종교를 설명하는데 있어 과학적인 방법론의 필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하여 절대로 하느님을 이해할 수 없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하느님이 직접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이 되어 저희에게 다가오신 것처럼, 물론 종교를 전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마는 과학을 이용한 설명 방법을 무조건 거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이용하면 사람들이 훨씬 쉽게 받아들이니까요...

아인슈타인은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와 같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눈먼 이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교리서에도 나와 있듯이, 과학과 종교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입니다.[3] 망원경이 없던 시절의 종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믿는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었고, 종교가 없는 과학은 인간을 실험용 쥐나 다름없는 실험 대상로 추락시킬 수 있습니다. 종교와 과학, 이 두가지는 모두 다 진리를 추구하고 있고 진리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종교" vs. "과학", "창조론" vs. "진화론", 모 아니면 도 식의 대결 구도가 팽배해 있는 문화 속에서 이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결국은 "믿는 이"들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껴왔습니다. 세상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그분으로부터 온 것이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하느님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들의 가려운 곳을 제가 시원하게 박박 긁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이번 LA Congress에서,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그동안 모아왔던 총알들을 장전할 수 있는 총을 선물로 받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둘째날 제6강연이었던 "Science, Faith, and Atheism (과학과 신앙과 무신론)" 이라는 강연이었습니다. 발표자였던 Robert Feduccia는 놀랍게도 과학자도 아니고 신학자도 아니고 무신론자도 아닌, OCP (미국의 가톨릭 성가책 출판사 쌍두마차 중의 하나)의 대표이더군요. 무신론자인 친구와 지내면서 모으게 된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워크샵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Credit: http://www.robertfeduccia.com/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자료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2010년부터 방영되었던 과학 다큐멘터리 중의 하나 How the Universe Works Season 3 - First Second of the Big Bang [4]이었습니다.


빅뱅 이론을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 과학 다큐멘터리인데, 초반부 몇군데만 짜집기해서 올렸습니다.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고 물질도 없었고 우주 공간도 없었고 시간조차 존재하지 않던 무(無)의 상태에서 원자보다도 더 작은 하나의 불덩어리가 나타나 한순간에 우주가 생겨났고 시간이 존재하게 되었음을 설명합니다. 그러는 데 걸린 시간은 1초밖에 걸리지 않았고, 그 1초 동안 생긴 일들이 그 이후에 약 138억년 동안 존재해 온 모든 것들의 청사진을 제시해 내었답니다. 어떻게 해서 1초만에 모든 것의 존재와 규칙이 생겨났는지는 최대의 미스터리라고 하는군요.

천체 우주 망원경 Hubble 덕분에 각각의 은하계들이 엄청난 속도로 어떤 중심점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 유명한 빅뱅 이론이 나오게 되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분명 어떤 "시작"이 있어야만 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1초안에 생긴 일들을 알아내기 위해서 Planck Time이라는 10-43초 만큼의 새로운 시간의 단위를 만들어 내어야 했고, 중력과 전자기력와 약력과 강력이 그 1초 동안에 생성되면서 우주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4가지의 힘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군요. TV도 없고 스포츠도 없고 사랑도 증오도 인간사의 비극 등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최첨단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한 처음"입니다. 실제로 동영상을 보게 되면, 이 내용을 설명하는 교수가 표현한대로 "말 그대로 눈깜짝할 사이에,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한 일이 생겼다" 라는 것이 몸으로 와 닿고 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것에 압도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 동영상 자료가 마음에 드는 것은 최첨단 과학으로 설명한 "처음"을 보면서,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미스터리'와 '압도되는 거대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믿는 이"가 될 수 있으니까요.

헌데...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만들어낸 빅뱅 이론이 분명한데, 과학 기술자도 아닌 제게도 그것이 이미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그건 분명 성경책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구절 때문일 것입니다. 빅뱅 이론이 나오기 수천년전부터도 이미 사람들이 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요. 하느님께서 이미 성경을 통해 알려주셨기 때문이니까요.

천체 우주 망원경 Hubble이 있고나서야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하느님께서 성경의 이사야서 40장 22절을 통해 그 사실을 알려주셨죠.[5]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종교와 과학이 추구하는 진리의 내용이 반드시 상충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창조론"은 세상에 존재하는 이 모든 것에 대한 "한 처음"을 이야기해 주고, "진화론"은 그 자체만으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그 "한 처음" 이후에 138억년 동안 생명체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설명을 해 주는, 상호보완적입니다. 오히려, 우주가 수축하고 있다는 새로운 이론의 제기[6]와 진화론을 위태롭게 하는 인간 화석의 발견[7]등의 예제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와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진리의 상충보다는 과학과 과학이 서로 상충되는 진리를 이야기하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2]

종교와 과학은 진리를 다른 방법론을 통해 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진리를 알아듣고, 과학은 그 고유의 방법론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강연자 Robert Feduccia가 이야기했듯이, 과학만이 진리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아닙니다. 무신론자였던 성녀 에디트 슈타인은 철학을 깊이 공부하다가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밖에 없는 하느님의 존재를 결국 인정하고 가톨릭에 입문하게 되었고, 도미니코회 소속 수사였던 Giordano Bruno와 같이 환시를 통해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그 당시의 보편적인 믿음과는 달리 망원경이 생기기도 전에,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태양도 하나의 별에 불과하며 우주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8]

Giordano Bruno의 환시 (Credit: Wikipedia)
종교는 증거를 인정하고 과학은 증명을 인정합니다.[2] 모든 증거를 과학이 증명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증거를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위에서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와 같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눈먼 이와 같다"고 하였던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최고의 과학자들이 하느님의 존재를 증거하고 있습니다.[9] 절대 0도라는 개념과 함께 Kelvin 온도를 만들어낸 열역학자 Kelvin은 "과학을 충분히 깊이, 충분히 오랫동안 연구하다 보면, 하느님을 믿을 수 밖에 없다"고 하였고, 퀀텀 이론의 창시자이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Planck는 "종교와 과학은 둘 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필요로 한다. 신앙인에게 하느님은 한 처음에 계시고, 물리학자에게 하느님은 모든 것을 고려하다가 결국에 다다르게 되는 마지막에 계신다. ... 전자에게 하느님은 주춧돌이 되시고, 후자에게 하느님은 온 세상의 일반화된 체계의 왕권이 되신다"고 하였으며, 퀀텀 역학의 권위자이며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Born은 "과학자들은 모두 무신론자라고 하는 사람은 분명 어리석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미생물학과 면역학의 창시자 파스퇴르는 이런 얘기를 했지요. “Little science takes you away from God but more of it takes you to Him (과학을 찔끔 알아서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지만, 알면 알수록 하느님께 다가가게 된다).”

기쁜 소식 한가지는, 하느님을 알아뵙게 되기 위하여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노벨상을 받을 만큼의 과학 대가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교를 통해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일러주시는 말씀을 듣기만 해도 진리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믿는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증명해낸 것보다 더 많은 진리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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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wordonfire.org/resources/blog/fr-barrons-top-10-resources-on-the-trinity/4770/
[2] Robert Feduccia. Science, Faith, and Atheism (Workshop 6.09). LA Religious Education Congress 2016,  
[3] YOUCAT #23 
[4] How the Universe Works Season 3 - First Second of the Big Bang [Motion Picture on TV]. (July 30,  2014). U.S.A.: The Discovery Channel.
[5] Who stretches out the heavens like a veil and spreads them out like a tent to dwell in. (천국을 휘장처럼 잡아늘이시고 거주할 천막처럼 펼치셨다(필자 의역) - 이사야서 40장 22절 한국어 번역보다는 영어 번역문에서 이점을 더 명확히 볼 수 있어 영어 성경 본문을 옮겼습니다.)
[6] http://www.physics-astronomy.com/2014/06/the-universe-is-shrinking-this-theory.html#.VtkU7_krKUk
[7] http://www.pbs.org/wgbh/nova/evolution/alien-earth.html
[8] Cosmos: A Spacetime Odyssey - Standing Up in the Milky Way.[Motion Picture on TV]. (March 9,  2014). U.S.A.: National Geographic Channel.
[9] 더 많은 정보는 http://godevidence.com/2010/08/quotes-about-god/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