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2, 2016

Day #41: Open - 0부터 무한대까지

며칠전에 뭘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2016년 1월 15일에 교황님이 하셨다는 강론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만간 "Open"이란 주제에 대해서 일기를 써야 하는 줄 알고 있었기에, 강론 주제에 "Closed Heart"라는 말이 눈에 띄어서 아마도 오픈이란 말이 나오겠지 싶어 북마크를 해 두었다가 오늘 다시 열어서 "open"이라는 단어부터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Credit: https://zenit.org/articles/popes-morning-homily-you-cant-have-a-closed-heart-if-you-want-to-understand-jesus/
(링크를 클릭하시면 교황님의 강론 내용을 영어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제목에는 "예수님을 알고 싶으면 마음이 닫혀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되어 있어서 분명 내용 어딘가에는 '마음을 열어라' 하는 표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연다'는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소제목은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닫힌 마음'에 반대되는 표현들이 '열린 마음'이란 말 대신에 '용감하고 진취적인', '용서와 겸손의 길을 따르는',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는' 등 여러가지 다른 식으로 표현이 되어 있더군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역시 뭔가 다른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에서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사랑, 믿음, 정의, 행복, 자비, 환희, 은총, 구원, ... '마음이 닫히다', '마음을 열다' 이런 식의 표현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런데 이런 추상적인 표현들은 말 그대로 추상적이어서,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좀 막연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냥 뭐 좋은 얘기처럼 들리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이런 추상적인 개념들을 자신이 현실 생활에서 실제로 행동으로 말로 옮겨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언어와 행동 지침으로 표현해 낼 수 없으면 그냥 뜬구름일 뿐이고 하느님은 그냥 저기 높이 먼 나라에 계신채 나랑은 상관없는 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추상적인 개념들을 현실 생활에서 구현해 낼 '방법론'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황님은 예수님을 알고 싶다면 '마음을 열어라'가 아니라, '어떠한 위험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고 진취적인 마음을 가져라 '과 같은 식으로 우리에게 좀 더 와 닿는 표현들을 사용하고 계시는 군요.

그리고 교황님은 계속해서, 우리는 예수님을 병을 치유해 주고 기적을 행하는 자로서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예수님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하느님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죄의 용서'를 해 주심으로써 사람들은 신성 모독이라 생각하여 등을 돌리기 시작하였고, 거기서 훨씬 더 나아가 자신의 살을 먹어야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심으로서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떠나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신의 살을 먹어야 우리가 산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성과 기존의 관념에 도전하여('위험을 감수'하고) 그것을 무너뜨리고 한걸음 나아가는 (용감하고 진취적인) 마음이 진정으로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교황님이 말씀하신 '닫혀진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은 결국, 자신이 그제껏 알고 있던 상식과 지식의 벽을 무너뜨리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에 보았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사의 Brain Games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납니다. 최첨단의 신경 심리학 (neuropsychology)에 나오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개념들을 게임 형식으로 제공해서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심리학 개념들을 배울 수 있게 만든 다큐멘터리랍니다. 그 중에서 What You Don't Know라는 에피소드(Season 2 Episode 6)를 보면 길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간단한 실험을 하는데, 그것은 정답이 속할 것 같은 범위(하한값과 상한값)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질문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책의 수는 모두 몇개인가? 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10-15개, 또 다른 사람은 7-25개라고 하더군요.
(정답은 46개. Brain Games에서는 개신교의 분류인 39개를 답으로 하였지만, 그냥 저는 가톨릭 버전으로 가겠습니다 ^^) 
Brain Games Season 2 Episode 6 - What You Don't Know (National Geographics, May 13, 2013)
그 다음 질문은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수는 모두 몇개? 였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한번 하한값과 상한값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17-30개, 다른 사람은 0-24개라 하더군요. 
(정답은 57개랍니다)
Brain Games Season 2 Episode 6 - What You Don't Know (National Geographics, May 13, 2013)
그 다음 질문은 미시시피 강의 길이는 몇 마일? 이었습니다. 미시시피 강은 미국에서 제일 긴 강이라고 하죠. 여러분도 한번 하한값과 상한값을 생각해 보세요. 어떤 사람은 20-400을 불렀습니다. 
(정답은 2350 마일이랍니다.)

그 다음 질문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사망했을 때의 나이는? 이었는데, 어떤 사람은 45-60라 하더군요. 
(정답은 39살이랍니다.)

어떠셨어요? 정답이 생각하신 범위 안에 잘 들어오시던가요? 

이 게임은 '과신(過信) 효과(Overconfidence)'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게임이었습니다. 우리의 두뇌 속에서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격렬한 전쟁이 맨 순간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기작이 있다는 것이지요. 쉽게 말하자면, 잘 모르는데도 무의식 중에 아는척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험 대상의 79%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답을 모르면서도 계속해서 아주 좁은 범위의 숫자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근데, 이 게임이 교황님이 말씀하신 "열린" 마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구요? 

그것은 위에서 얘기했던대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아가기 위하여 두뇌에서 이미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과신 효과'를 극복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제껏 알고 있던 상식과 지식의 벽을 무너뜨리는 용기"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 다큐멘터리의 범위 맞추기 게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처음에는 아주 좁은 범위의 숫자만을 부르다가, 게임이 거듭될 수록 범위를 점점 넓히는 전략으로 바꾸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중에는 하한값은 0, 상한값은 몇천 이런식으로 아주 범위를 크게 불러서 나오는 문제마다 정답이 그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변하더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게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처럼 우리도 이런 방법으로 마음을 열어 예수님을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예수님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과신 효과'에 빠지지 않도록, 예수님의 범위를 자꾸 넓혀가면 되겠죠.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오류처럼 우리의 상식과 지식으로 소화되는 치유자의 모습을 상한값으로 주지 말고,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는 분이라는 상한값으로, 아니 우리를 죽음에서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라는 더 큰 상한값으로 자꾸 범위를 넓혀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알아가는 게임에서 백전백승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하한값은 0부터 상한값은 무한대로 하는 것입니다. 그분은 아무것도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무한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