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20, 2016

Day #40: Palms - 우리가 떠난 자리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가지 주일입니다. 성당에 들어서니 고운 보라색 리본으로 장식한 바구니에 축성된 성 가지가 가득 담겨 주인을 기다리고 있네요.


사람들은 손에 성 가지를 들고, 다른 때와는 달리 성당 밖에서 줄을 지어 '호산나'를 부르며 성당 안으로 입장을 합니다.



제대도 성 가지로 아름답게 장식되고, 오늘은 십자가도 성 가지를 멋지게 입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사 중에, 성 가지를 흔들며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던 저희들이 한순간에 돌아서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소리지르며 함께 긴 복음을 함께 하며 무릎을 꿇고 주님의 죽음을 숙연하게 묵상하는, 굉장히 특별한 미사입니다.

미사가 끝나면 사람들은 성 가지를 집으로 가지고 갔다가 내년 재의 수요일이 되기 전에 성당으로 다시 가져오고, 그 성 가지들은 재의 수요일에 저희 이마에 얹혀질 재가 되지요.

저는 몇년전부터 이 주님 수난 성지 가지 주일이 되면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미사가 끝나고 난 뒤 바닥에 버려진 성 가지들을 줍는 일입니다.

3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서는데 우연히 발밑에 떨어진 성 가지를 보았습니다. 미사 중에 지루했던 누군가가 마치 손장난이라도 쳤던 것같이 심하게 훼손된 성 가지가 눈에 거슬려 일단은 주워들었었지요. 그러고 몇걸음 지나가는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성 가지들이 계속 눈에 뜨이더군요.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둘러보니 상당히 많은 성 가지들이 성당 안에 내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축성된 건데 이걸 이렇게 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어 그때부터 성 가지를 줍기 시작한 것이 올해까지 계속 되는군요.

그동안은 줍기만 하다가, 오늘은 사진을 좀 찍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좀 자세히 살펴보고 사진도 더 많이 찍을 수 있었을텐데, 9시 30분에 성당 도착에서 3시경에 나올때까지 미사도 못보고 화장실도 못가고 점심도 못먹고 주일 학교 간식 준비와 보강 수업과 부엌 설겆이만 하다가 나와서 미사는 결국 동네 성당에서 저녁 시간에 갔어야 할 정도로 바쁜 날이어서, 그냥 슬쩍 지나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만 찍었는데도 오늘도 건진 게 상당히 많습니다.













일단 발에 걸리는 것들만 수거해 왔습니다

떠난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 했던가요? 우리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