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25, 2016

Day #44: Water - 대가뭄과 인간과 하느님

오늘은 성목요일, 아마도 발씻김 예식이 있는 날이라서 주제가 "Water"로 정해진 것이 아닌가 싶네요.

성삼일의 전례는 언제나 참 특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성목요일의 미사는 40일만에 부르는 글로리아(대영광송)가 언제나 가슴 뭉클하게 하지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까운 동네 성당을 다녀왔는데, 미리 정해진 12명만 신부님이 씻어주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리에서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시간을 오래 걸렸지만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끝나고 모두들 "Jesus, remember me"를 부르며 현양제대 성체조배하러 줄지어 퇴장하는 것도 좋았지만, 저희같이 성체조배를 하지 못하고 그냥 주차장으로 걸어나오는 사람들도 차를 타러 가는 순간까지도 큰 소리로 입을 맞춰 노래부르며 걸어가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발씻김 예식과는 상관없는 캘리포니아 물부족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할까 합니다.
Credit: http://www.trbimg.com/
많이들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캘리포니아는 역사상 유래없는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NASA에서는 이제 일년치의 물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를 할 정도이니까요. [1]

Credit: http://madmikesamerica.com/
물값이 하늘을 뚫고 나갈 정도로 올라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잔디밭에 물을 줄때 너무 많이 준다든가 각도가 좀 잘못되어 물이 길로 흘러나온다든가 하면 이웃에서 고발하도록 권장하고,
잔디에 물 주다가 이렇게 흘리면 엄청난 벌금형에 처해짐
Credit: http://www.santabarbaraca.gov/
잔디밭에 물을 안주고 누렇게 떠 버리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조잔디로 바꿀 수 있는 장려금까지 지급하며,
"Brown is the New Green" 캠페인 포스터
Credit: http://www.irwd.com/
물의 증발을 방지하기 위한 "Evaporation Ball"을 저수지에 띄워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태양빛에 물이 증발되는 것을 최대한 예방하는 등, 어떻게든 물을 아끼기 위하여 별별 묘수를 다 짜내고 있습니다.
Evaporation Ball 투하식 장면
Credit: https://cdn2.vox-cdn.com/
집의 샤워 물값을 아끼기 위하여 휘트니스나 수영장의 샤워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식당에서는 물을 달라고 요청하는 손님에게만 제공하며, 설겆이 물값이 일회용 그릇값보다 비싸다 보니 성당에서는 점심을 제공할때 일회용 그릇을 사용하고, 바짝말라 비틀어진 나무와 풀들 때문에 공원에서는 바베큐를 할 수가 없으며, 저도 설겆이할 때 흐르는 물 대신에 아이들이 학교에 싸들고 갔다가 남겨온 물과 먹다 남은 물들을 모아서 하는 식으로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등, 물부족이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어느 골프장의 그린의 모습
Credit: http://jacksonville.com/
언제부터인가 미사 중에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를 내려달라는 보편 지향 기도문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도문을 듣고 있으면 마치 고대시대에 기우제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생명을 복제해 내는데 성공하고, 세포가 복제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는 텔로미어의 발견으로 노화의 비밀에 한층 더 접근하였으며,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며 신의 영역을 조금씩 침범하여 들어가기 시작한 이 최첨단 시대에 사는 인간이, 겨우 수소 2개, 산소 하나의 결합체 H2O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 옛날처럼 드디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이 대가뭄이 오게 된 것이 물론 우연한 자연 현상일 수도 있지만, 하느님의 피조물들을 일구고 돌보도록 맡겨진 우리 인간이 관리인의 소명은 게을리한 채 바벨탑만 쌓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이런 대가뭄을 통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무능력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시무시한 경험을 통한 후에야만 깨달음을 얻게 되지는 않도록 아버지께 지혜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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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theguardian.com/us-news/2015/mar/16/california-water-drought-nasa-wa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