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9, 2016

Day #28: Purple - 숨은 보라 찾기

오늘 주제가 "Purple"이라는 걸 알고는 며칠 전부터 뭔 얘기를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Purple (천주교식으로 하면 '자색'이란 말로 써야겠지만,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보라'로 사용하겠습니다)이란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기 위해 뭔가 영감을 얻어보고자 눈에 불을 켜고 보라를 찾고 있으니, 개 눈에는 X만 보인다고 했던가요? 오늘따라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더군요.

제가 일하고 있는 학급의 도우미 선생님 중 한명이 오늘따라 첨보는 보라색 웃도리와 그와 똑같은 색깔의 머리띠까지 하고 출근을 하셨고, 음악 선생님은 보라색 빤짝이가 화려한 보라색의 "무대 의상"까지 입고 나오셨네요 (너무나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초상권 침해 문제가 있어서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그러고보니, 여태까지 4개월을 넘게 하루에도 열두번도 넘게 열고 닫았던 교실문이 보라색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게 되었고,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의 복도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이 제가 있는 교실입니다)

운동장의 벤치도 보라색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고,

학교 운동장의 벤치

교실의 티슈 상자가 보라색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무심코 지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보라색이 많이 숨어있더군요.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혼자서 숨은 보라 찾기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따라 화사한 보라색 옷을 입을 학생들도 눈에 많이 뜨이고, 3차 시도 끝에 (1차 시도에는 터틀넥(어제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하루종일 달달 떨고 있었거든요) 스웨터를 입었다가 목이 졸리는 것처럼 답답해서 벗어버리고, 2차 시도로 검정색 스웨터를 입었는데 몸을 움직일때마다 목둘레로 속옷이 삐져나와 그것도 다시 벗어버리고, 지각할까봐 급하게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제가 입고 나온 웃도리도 알고 보니 보라색이로군요. ㅋㅋ

사순이 되면, 마치 사람처럼 성당도 보라색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신부님도, 
2015년 재의 수요일 미사를 집전하시는 교황님 (Credit: https://timedotcom.files.wordpress.com/)
십자가도, 
St. Joseph 성당 앞의 십자가 I
St. Joseph 성당 앞의 십자가 II
Sacred Heart 성당의 십자가
성당 앞의 표지판도,


제가 수업중에 사용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배경도 

온통 보라색이 되어 버립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라색을 강렬하게 느꼈던 것은 아마도 성 금요일에 보라색 휘장으로 감싸져 있는 십자가에서 였지 않나 싶습니다. 
Credit: http://www.catholiccompany.com/
Credit: http://newtheologicalmovement.blogspot.com/
Credit: http://www.pinterest.com/
성체등에 불이 꺼지고 감실이 텅빈채로 예수님이 못박히신 십자가에 보라색 휘장이 씌워진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 제자들이 느꼈을 허탈함과 공허함을 저도 맛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점심 시간이 되어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있는데, 다른 때 같았으면 무심코 밟고 지나갔을 것을, 숨은 보라 찾기 게임을 열심히 해서 그랬는지 아주 작은 연보라색 꽃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꽃의 크기가 엄지 손톱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정말 작은 들꽃이었습니다. 

꽃이 보이세요???
이렇게 생긴 꽃이랍니다
그리고 나서 눈을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크고 작은 보라색 꽃들이 눈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집앞의 나무




동네 어귀



도서관 입구



큰 아이 학교 입구




동네 어귀 2






학교 정원에 핀 꽃 1


학교 정원에 핀 꽃 2


정원에 핀 꽃 3




보라색은 자성과 기다림의 색입니다. 자연도 어느새 보라색 옷으로 소리없이 갈아입고 예수님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