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 2016

Day #20: Strength - 성령 충전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데, 피부가 아기 피부처럼 보들보들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샤워를 하면서도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늘 아침에도 똑같은 느낌이 드네요. 여름에 한국에 있을때마다 피부가 이렇게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 기후 탓이거나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려서 이거나 많이 걸어다니면서 운동이 좀 되어서 그랬을 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행복해서 그랬나 봅니다.

LA Congress에 있는 내내 참 행복했습니다. 아침은 호도과자, 점심은 아침 먹고 남은 호도과자, 그 다음날 아침은 전날 사온 냉동 스낵, 그 다음날 점심은 전날 먹다 남은 호도과자로 떼우며 상당한 강행군으로 3박 4일을 지냈는데도, 온 몸의 세포가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네요. 한국에서처럼 한두달도 아니고, 단 3일만에 이런 변화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촉촉한 얼굴을 만지작 거리다가 LA Congress에서 마주친 어떤 신부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계단도 못 찾겠고 한층 내려가자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계속해서 꽉꽉 차서 오는 바람에 결국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까지 올라갔다가 같이 내려온 잠깐 동안의 길동무였네요. 프란치스코회 소속 신부님이신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름표를 보니(참석자는 모두 이름표를 목에 걸고 다닙니다) Fr. Daniel Horan이라고 되어 있었고 발표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리본이 붙어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은 얼굴을 잘 못 보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얼굴을 잠깐 보는 순간 '헉'하고 말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나이가 적을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인데 주름하나 없이 티없이 맑기만 미소년같은 얼굴에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고, 프란치스코회 신부님이 피부 관리를 받았을리도 없는데도 얼굴은 맑디 맑다 못해 반투명해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사실은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죠. 순간, 인간이 마지막 날에 육신이 부활하게 되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세상에서 천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계신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출근하면서, 3일동안 힘들었으니 오늘은 다른 때보다 쉬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의자에 앉아 있는 엉덩이가 들썩들썩,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얼굴에서 미소가 실실 새어나오더군요. 쉬는 시간도 다른 날보다 더 적게 썼는데도 그닥 피곤하단 느낌이 없었습니다. LA Congress에서 기를 잔뜩 받은 덕에 성령으로 120%쯤 충전되어서 그런 걸까요?

다음부터는 피부 관리하고 싶으면 LA Congress로 갈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