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LA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 참... LA Congress에 가고픈 마음만 굴뚝같은데 망설이기만 하다가 우연히 정말 값싼 비행기표를 발견하는 바람에 냅다 지른 거였는데, 결국 싼 게 싼 게 아니었습니다. ㅠㅠ. 지르고 보니 소비자 리뷰가 너무 안 좋아서, 비행기 취소되는 거 아냐 하고 걱정을 시키더니만, 결국 체크인하는데서 딱 걸렸네요.
짐을 부치면 보통은 추가요금을 내기 때문에, 일부러 배낭이랑 기내용 가방 하나만 준비해서 갔더니만, 개인용 가방(배낭) 하나만 공짜고 추가되는 가방 하나당 왕복 비행기표의 절반값을 붙이는군요 ㅠㅠ... 이렇게 치면 나중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절반값을 더 내어야 하고, 결국은 제가 처음에 치른 비행기표 가격의 두배를 내고 비행기를 타는 셈이로군요... 눈뜨고 코 베인 듯한 느낌...
게다가 원래 예정 출발 시간보다 35분이 지연되고 있고, 그렇게 되면 LA 공항에 내려서 렌트카 픽업하는데도 문제가 생깁니다. 렌트카 사무실로 가는 셔틀 버스가 그 사이에 끊기거든요... ㅠㅠ 소비자 리뷰가 왜 그리 안 좋았는지 알것 같네요.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해도 장사가 되는 가 보죠? 저같이 어리버리한 사람들이 먹여 살리는 건가요??
사실 한 일주일 쯤 전에 다른 곳에서 또 열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기름통이 비었다고 불이 들어와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는데, 제가 알고 있는 제 차의 용량보다 10퍼센트 이상이 더 들어간 것으로 나오더군요. 18갤런짜리 차인데 20갤런이 좀 넘게 기름을 주유한 것으로 계산이 되었습니다. 기름을 넣을때마다 얼마나 주유를 했는지 숫자를 눈여겨 보지는 않았었는데, 앞자리가 2로 시작하는 숫자는 10년 동안 주유하면서 처음보았기 때문에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그냥 갈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주유소 점원에게 가서 영수증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일단 기록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랬더니 그 점원 왈, 이미 주유가 끝나고 나면 영수증을 프린트할 수가 없다는 군요. 그러면서, 주유를 하기 전에 영수증을 인쇄하겠다고 선택을 하지 왜 그때 안하고 이제와서 영수증 내놓으라 하느냐고 궁시렁거렸습니다.
안 그래도 껄쩍지근한 상태였는데, 주유가 끝나고 나면 영수증을 인쇄할 수 없다는 점원의 말은 더 의심쩍게 만들었고, 결정적으로 제게 뭐라뭐라 하는 데에 기분이 팍 상해서 결국은 한바탕 실갱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에 영수증은 받아냈지만, 씩씩거리며 집에 돌아왔지요.
그런데 계속 그것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분명 그 주유소에 뭔가 꺼림찍한 게 있는 것 같긴 한데, 증거가 분명치도 않은데도 화가 많이 나는 바람에 사기꾼 취급을 했던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고해 성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문제는 지난 주 수요일에 고해 성사를 볼 수 있었던 기회를 깜빡 하고 놓쳐 버리는 바람에 목요일 연도 때문에 미사에 참례하고도 영성체를 못하고, 토요일도 수업 삼매경에 빠져 정신줄 놓고 있다가 시간을 놓쳐 결국 주일 미사때도 영성체를 못하고, 그 바람에 엊그제 화요일에 아이가 복사 서느라고 성당을 갔는데도 결국 영성체를 못하고, 연달아 3번의 성체 성사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은 취직해서 일을 하는 바람에 평일 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를 모실 수 있는 기회가 확 줄어들고 말았는데, 고해 성사를 제때 보지 못하는 바람에 그나마 있었던 기회까지 모두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LA Congress가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고해 성사를 보아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총회가 열리는 내내, 매일 같이 미사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 Credit: http://tvc.dsj.org/ |
작년부터 저희 교구에서는 사순과 대림 기간 동안은 수요일에도 고해 성사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The Light Is On for You (당신을 위해서 고해소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어제 저녁에 어느 성당에서 고해 성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당입구에 "Welcome to the Sacrament of Reconciliation (고해 성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큰 표지판이 서 있었습니다. "The Light Is On for You (고해소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란 표지판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Welcome"이란 표현은 죄인에게는 좀 버거운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해 성사를 부담스럽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부담스럽습니다. 어떤이들은 고해소 안에서 남의 죄만 고하기도 하고 어떤이들은 왜 나의 죄를 남한테 고해야 하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고해도 고해지만 고해소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고역입니다. 마치 도살장에서 줄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소가 그런 기분일까요?
고해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죄와 대면해야 합니다. 자신의 죄를 똑바로 쳐다보아야 하고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있습니다. 기대는 부모가 자식한테 자식이 부모한테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그리는 이상형의 자신의 모습이 있습니다. 공부도 1등급 받고 싶고, 운동도 이만큼은 잘 했으면 좋겠고, 코도 쪼금만 더 높았으면 좋겠고, 정직하고 착하고 용감하고 카리스마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죄를 똑바로 대면한다는 것은 그것을 스스로 깨뜨리고 자신의 추한 (사실은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직면하며 스스로에게 실망해야 함을 뜻합니다. 그것이 즐거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죠. 그것도 어려운 일인데, 자신이 감추고 싶은 가장 은밀한 비밀을 누군가에게 까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남들앞에 발가벗고 나설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늘 고해성사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싫어서 주일 미사 안 빠지고 나오는 사람도 있고, '내가 왜 제 3자에게 내 죄를 밝혀야 해?' 하며 다른 종교를 찾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고해를 하는 순간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은 사제가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제는 예수님으로부터 죄를 듣고 사해줄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고, 사제가 고해소 안에서 하는 모든 일은 바로 예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그래서, 죄를 지어 자신에게 실망하고, 게다가 자신이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 세상에 까발리는 용기를 내어 고해소에 들어서고 나면, 예수님께서 마음에 난 상처를 어루만져 주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고해를 하고 하면, 맨날 똑같은 죄에 걸려 넘어짐을 반복하고 있을지라도,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고해 성사를 가끔 해 왔지만, 이번 고해 성사는 제게는 좀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고해를 마치고 나서 미국 스타일로 '통회 기도'를 하려고 기도문을 주섬주섬 찾고 있는데, 갑자기 신부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십니까?"
그 순간, 전기가 심장을 관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마치 예수님이 직접 제게 묻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네" 하고 대답하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해소에서 눈물이 핑 돌았던 적은 몇번 있지만, 예수님과 이야기한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성당을 나서면서, "Welcome"이란 말이 적혀 있던 표지판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해소 들어가기 전 마음과 나온 다음 마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이제는 "Welcome"이란 말이 마치 연회장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는 파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사람처럼 룰루랄라 즐겁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