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Gathering이로군요. 주일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느님 찬미 찬송한다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 라고 쓰고 싶긴 한데, 그래도... 솔직하게 써야 하겠죠?
주일이 되면 서울시의 5배보다도 더 큰 지역에 걸쳐 사는 한인 천주교 신자들이 성당으로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입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이 지역 회사들에 채용된 한국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수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늦잠자고 게으름 좀 부리고 싶은 일요일 아침에 아이들을 끌고 한참을 달려 성당에 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성당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며 봉헌과 영성체를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보면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미사볼때까지는 그렇게 흐뭇한 기분으로 미사를 보는데, 문제는 미사가 끝난 이후로군요. 한주일동안 원거리에서 이메일 등으로 소통하다가, 주일날만 되면 마치 "장"이 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일주일만에 뵙는 분들 인사해야지, 얼굴 뵈었을때 상의해야 할 것 빨리 해야지, 어떤 날은 10미터 남짓 걸어가는데 15분 이상 걸릴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같이 수업때문에 부담으로 마음이 짓눌려 있고, 복사하고 구멍뚫어 바인딩하고 교실 셋업하고 준비해야할 일도 많고, 본 수업과 보강 수업 두번이 연달아 있는 이런 날은 정말 사람들 없는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람들이 말걸까봐 얼굴 표정도 무표정, 말시켜도 '지금 좀 바빠서...' 하고 살짝 내빼고 ... 한국말로도 설명하기 쉽지 않은 교리 내용을 안 되는 영어로 가르친다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인데, 거기서 튄 불똥이 괜시리 다른 사람들한테로 튀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수업이 끝나고 나서 예전만큼 그렇게 기분이 우울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봄방학 동안 제가 쓸 수 있었던 모든 개인 시간을 사순 일기를 쓰는 것외에는 수업 준비하느라고 다 썼거든요. 그 바람에 어제는 잠도 많이 못자고, 교리책은 제본이 튿어지고, 2시간을 연달아 떠들고 나니 끝나고 나서는 거의 탈진 상태가 되었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네요.
사실 수업 준비에 그렇게 시간을 많이 쓴 이유는 이번주도 이번주지만, 2주후에 있을 다음번 수업까지 해야 해서 그랬답니다. 다음 수업은 2주나 남았는데 뭘 그리 급하게 준비하느냐구요? 이제 돌아오는 주말은 제가 좀 바쁘거든요.
2박 3일동안 LA에서 열리는 Religious Education Congress에 참석하려고 이번 목요일밤에 LA로 출발합니다. 2012년에 처음으로 가 보고난 뒤 이번이 두번째이네요. 2박 3일 동안 열리는 금쪽 같은 워크샵들에서 정말 좋은 것 많이 배우고, 흥겨운 음악과 여러 문화권의 전례에 대한 새로운 경험들로부터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것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주일날 아침, 서울시의 5배가 아닌, 여러나라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엄청 큰 규모의 아레나를 가득 채우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지만 음악과 춤으로 한데 어우러져 한마음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사람이 들어가 누워도 될만한 커다란 광주리에 담긴 빵을 나누던 그 기억과 감흥이 아직도 그대로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제 정확히 일주일 남은 LA Congress의 주일 미사의 Gathering이 많이 기다려집니다. 그때의 좋은 기억때문에 기대 수준이 높아져 이번에 실망하면 어쩌나 우려도 없진 않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다른 말을 쓰고 그렇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도 우리는 하나의 교회, 가톨릭 교회임을 다시금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