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13, 2016

Day #1: Ashes - 2016년 재의 수요일에...


2016년 2월 10일 Stanford Memorial Church의 재의 수요일 미사

재의 수요일은 사순절이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2013년 재의 수요일 미사에 처음으로 참례한 이후로 이번이 4번째 참례하는 재의 수요일 미사이지만, 이번만큼 재의 수요일 미사가 기대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일반 성당이 아닌 스탠포드 대학 안에 위치한 Memorial Church에서 하는 미사에 큰 아이와 함께 참석하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스탠포드 대학에서 볼일이 있었는데 마침 적당한 시간에 재의 수요일 미사가 있더군요).

학교만 보내놓으면 다 알아서 미사에도 참례하고 이마에 재까지 얹고 오는 둘째와는 달리, 큰 아이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덕에 신앙 교육은 온전히 제게 맡겨져 있어, 바쁜 일과중에 의무 축일도 아닌 재의 수요일 미사에 데려가려면 항상 밀당을 하여야 했었습니다. '올해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재의 수요일 미사를 볼거야' 말해놓고는 '안 간다고 하면 뭐라고 하면서 꼬시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웬걸?? 너무나도 흔쾌히 "오케이"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들이 여럿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서프라이즈"는 그 교회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순간 숨이 턱 멎는 것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벽화와 스테인드 글래스, 정교한 조각, 눈부신 황금빛 장식들이 마치 옛날에 워싱턴 DC에 있던 주교좌 성당에 들어서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였습니다.

타지에서 손님이 오실 적마다 스탠포드 대학을 투어하며 교회 안에 들어가 멋진 내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 찍은 것도 한두번이 아닌데, 금장식을 화려하게 비춘 조명 때문이었을까요? 그 안을 가득채운 사람들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제대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향로 때문이었을까요? 그림과 조각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성가대였습니다. 사실 그 성가대는 여러번 저를 놀래켰답니다.

처음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열대여섯명 정도되어 보였는데, 아무리 잘 보아 주더라도 60대로 밖에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이 3분의 2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 캠퍼스 커뮤니티에 저렇게 나이많은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왔습니다.

그 다음은 그들의 놀라운 불협화음이었습니다. 그날은 미사에 비교적 집중이 잘 되는 편이었는데도, 그들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음정이 맞지가 않았습니다. 음정이 그렇게 정확하지 않으면 차라리 화음을 넣지 말든지... ㅠㅠ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저를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음정이 그렇게 맞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박자는 잘 맞추더군요) 그렇게도 큰 소리로, 그렇게도 당당하게 노래를 끝까지 부르더라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 멍하니 그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자 그대로 열과 성을 다해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이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 저렇게 입을 동그랗고 크게 벌리며 열심히 노래해 본 것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나니, 한 사람 한 사람 소리가 튀는 그 와중에, 각각의 목소리가 참 좋은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계속 들어보니 개개인의 목소리는 참 좋은데 전혀 훈련받지 못한 아마추어들이란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대로 배울 기회는 없었지만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로 주님을 찬미하는 것이 기쁨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지않고 튀어나오는 그들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 속에서 마치 그들의 마음이 외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셨던 2014년 명동 성당에서 마치 천사들이 합창을 한다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싶었던 가톨릭 합창단과는 또 다른 면에서, 이들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가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의 미사는 여러가지로 참 특별한 느낌의 미사였습니다. 제대에서 몇계단 올라선 곳에 설치된 강론대와 그 강론대를 떠받치고 있는 듯한 천사의 조각은, 마치 독서와 복음이 천상에서 울려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였고,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으로 보이는 신부님의 강론도 인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가 시작한 사순 일기도 신부님의 강론 중에 말씀하신 Flannery O'Connor의 Prayer Journal (기도 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답니다),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듯한 샤방샤방한 선남 선녀들이 이렇게나 많이 재의 수요일 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도 정말 흐뭇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깜짝쇼의 하이라이트는 제가 아니라, 아마도 저희 큰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아이에게는 대학 캠퍼스 안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왔는가 봅니다. 미사를 보러가기 전에 아이가 묻더군요.

철수: "학교 안에 교회가 있다고?"

지아나: "그럼. 왠만한 학교에는 다 교회가 있어."

철수: "고뤠???"

제가 2004년에 세례를 받은 뒤로 2번의 이사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성당을 찾아가야 했습니다만, 전혀 연고가 없는 성당을 찾아 나간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사하자마자 그 첫 주일날 성당을 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었지요. 일단 한번 나가고 나면 아무래도 그 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나 대학을 가게 되면서 성당을 나가지 않는 청년들이 정말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자녀가 대학 기숙사로 이주한 그 주일의 미사를 일부러 캠퍼스의 교회를 찾아가 함께 참례했다 하시더군요.

이제 제 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집을 떠나 혼자 살게 되기까지 3년여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비록 아직은 이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미사의 경험이 이 아이로 하여금 대학에 가서도 가톨릭 공동체에 속하고 미사를 거르지 않도록 하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순을 시작하면서, 단 한번의 미사를 통하여 이렇게 많은 놀라움과 기쁨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