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보기에 좋아보이는 일을 하며, 자기 맘에 드는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하느님을 진정으로 만나고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 태어난 다음 자신이 가던 경로를 급선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처럼 말이죠.
이렇게 원할때 경로를 바꿀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떤 경우는 경로를 바꾼다는 것이 정말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천주교 식으로 얘기하자면, 수도 성소(聖召)와 혼인의 경우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수도 성소는 예수님과, 혼인의 경우는 배우자와 일촌의 사랑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대상이 예수님이 되었든 혼인 성사로 맺어진 배우자가 되었든 일단 누군가와 일촌을 맺게 되면 그 관계를 되돌리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의 길 중에서 어느 길로 들어서야할 지 잘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중간에 경로 변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어떻게 미리 알고 선택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어느 길로 당신을 부르시는지를 잘 알아 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님의 부르심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느냐구요? 저는 그 정답은 바로 정결(貞潔)의 덕을 실천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결이란 자신의 성(性)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쓴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국 결혼한 배우자와만 자신의 성을 사용한다는 뜻이지요.
신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뭐냐 하고 묻는다면 바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결만큼이나,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명확히 드러나 있는 것도 많지 않은 듯 싶습니다. 그래서 정결의 덕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느라고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하느님을 향한 지름길이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욕은 식욕만큼이나 강력한 생리적 욕구입니다. 그래서, 정결의 덕을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헌데, 성욕이 식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식욕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이라면, 성욕은 하느님께서 사랑과 생명의 창조를 위하여 저희에게 주신 선물이란 점입니다. 식욕은 채워지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성욕은 채우려고 할수록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그리고 분명, 그것이 강력한 생리적 욕구이긴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다스릴 수도 있는 것이 성욕이기도 합니다.
이 정결의 실천을 한차원 쉬운 일로 만들어준 책이 있어서 그 책에 나오는 조언들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약간 보탠 것도 있지만, 현재 미국에서 정결 프로젝트 (Chastity Project)를 이끌고 있는 Jason Evert의 "If You Really Loved Me"[2]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주된 골자입니다.
사랑받고 보호받기 위하여 자신의 성을 사용하지 마십시요. 정결은 순결이나 동정성(動靜性)과는 다릅니다. 정결은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미 순결을 잃었다고 해서 늦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기를 원하고 편안히 쉴 곳이 필요하다면, 먼저 예수님으로부터 사랑받는 법을 배우십시요. 예수님은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사랑받는 법을 배우셨다면, 그다음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우십시요.
남친이 자꾸 잠자리를 요구합니까? 결혼 전에도 자신의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남자는, 결혼 후에도 자제할 수 없는 남자입니다. 잠시 후에 말씀드리겠지만, 정결은 결혼 후에도 적용되는 덕행입니다. 결혼 후에도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남자는 아내를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미혼 남성분들께 묻겠습니다. 진짜 남자란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십니까? 건장한 사람입니까? 권력이 있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정력이 좋은 사람입니까? 모두 다 아닙니다. 자신의 여인에게서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섬길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남자입니다. 당신이 진짜 남자인지 아닌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당신의 여인입니다.
Jason Evert는 진정한 남자는 자신의 여인이 죽는 날에 "예수님, 당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제가 이 세상에서 목숨을 다해 지켜왔습니다" 하며 자신의 품안에서 예수님께로 그 여인을 고이 넘겨드리는 흑기사라고 하였습니다.
| Credit: http://www.worldwidetapestries.com/ |
기혼 남성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결은 결혼 이후에도 실천해야 하는 덕행입니다. 당신은 아내를 위한 흑기사입니다. 그리고, 결혼했다고 해서 아무때나 아내와 잠자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아내를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이용하는 것일 뿐입니다. 여자의 몸은 항상 접근 가능하도록 하느님께서 디자인하지 않으셨습니다. 여자의 몸을 이해해야 합니다.
화끈한 잠자리를 원하십니까? 정답은 보신탕도 아니고 비아그라에 있지도 않습니다. 아내가 잠자리로 당신을 인도할 때까지 참고 기다리십시요. 손가락 하나 대지 말고 그윽한 눈빛을 보내지도 말고 담백하게 기다리십시요. 기다리자니 너무 오래 걸린다구요? 그렇다면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십시요. 연애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사 주시고, 좋아하는 장소에도 가 주시고, 관심없는 이야기도 재미있는 척 하며 들어주십시요. 그렇게 하면, "잠자리가 매번 첫날밤 같아짐"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기혼 여성분들이 많이들 말씀하십니다. 결혼해서 10년도 더 지났는데 연애 감정 같은 건 이제 영원히 끝난 거 아니냐고... 그렇지 않습니다. 남편과 합의하에 한동안 잠자리를 하지 않고 지내보십시요. 그리고 육체 관계가 없어도 얼마나 로맨틱해질 수 있는지 한번 보십시요.
몸과 마음과 정신은 생각보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여자의 몸은 성관계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으로, 생리적으로, 영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결혼을 했으니 무조건 남편이 원할때 잠자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지 마십시요. 언제가 좋은 때이고 아닌 때인지 자신의 몸이 말하는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을 사랑하기 이전에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 다음에 자신을 사랑하도록 노력하십시요. 그 다음이 가족 사랑입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다음에 소개해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남들에게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개개인의 고민거리에 대한 금쪽같은 조언도 많이 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수도자가 되기는 싫으니 결혼하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도자의 삶이 더 힘들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콩깍지는 2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합니다.[3] 그리고 어느 일본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가족이란 '남들이 보지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이고,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의 80퍼센트 이상이 가족간의 문제 때문이며[4], 지난 성령 기초 세미나 지도를 맡아 주셨던 김명선 사도 요한 신부님의 표현을 빌자면 '상처를 주고 딱지가 앉을만하면 딱지를 떼고 그자리를 다시 긁어서 피가 나게 만들고 긁고 또 긁고 딱지를 떼고 또 떼고 상처가 아물더라도 보기 흉한 흉터를 남기는 존재가 바로 가족'입니다. 결혼의 삶이 절대로 더 쉽지 않습니다.
결혼도 성소(聖召)입니다. 부르심을 들은 다음, 그 길로 가십시요. 결혼 성소가 어쩌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위해 마련해주신 배우자를 찾는 일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것은 때가 되어 진정한 배우자를 만날때까지의 인내심과 신중함을 필요로 합니다. 때가 될때까지, 자신의 배우자가 "너, 정말 좋은 사람 만났구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정말 좋은 사람, 예수님 닮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십시요.[5]
이 길은 아니니까 저 길이로구나 하고 생각하지 마십시요. 하느님이 어느쪽에서 부르시는지 잘 들어 보십시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섣불리 아무 길이나 선택하지 마십시요.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지금 당신은 하느님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정결의 삶은 하느님께로 향한 지름길입니다. 정결의 삶을 실천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다보면 하느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가고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면 갈수록 당신을 부르시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가고 싶은 길과는 다른 쪽에서 부르심을 듣게 되더라도 거부하지 마십시요. 그분은 사랑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서 당신을 지으신 분입니다. 당신이 어떤 길을 갈때 가장 행복한지 가장 잘 알고 계신 분입니다.
혹시 길을 잘 못 들어서서 되돌아가야 할지 길을 따라 계속 걸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 같은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요. 그분께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지만 우회도로에 들어섰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간도 좀 더 걸리고 좀 더 많이 걸어야 겠지만요. 그럴때일수록 하느님의 부르심에 좀 더 귀를 기울이십시요. 길잃은 어린 양을 찾아 목이 터져라 부르고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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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rotta, C. C., & Carotta, M. (2005). Sustaining the spirit: Callings, commitments, & vocational challenges(p. 73). Mystic, CT: Twenty-Third Publications. - 일에의 부르심, 관계에의 부르심, 신앙에의 부르심
[2] Evert, J. (2003). If you really loved me: 100 questions on dating, relationships, and sexual purity. Ann Arbor, MI: Charis Books/Servant Pub.
[3] 황창연,「사는 맛 사는 멋」(서울: 바오로딸, 2011) , 134-136
[4] 어디서 봤는데, LA 다녀와서 다시 정확한 정보를 찾아 업뎃 하겠습니다. (죄송 ^^;;)
[5] Evert, J. (2003).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