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기도 - 한가위에
이해인 수녀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추석이 다가오면서 어느 분이 이 시를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읽으면서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이라는 구절이 머릿속에 들어와 떠나지를 않더군요. 아마도 요즘 제 마음이 "미움과 편견"으로 울퉁불퉁 찌그러져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늘은 작은 아이가 눈 두덩이에 두드러기가 나는 바람에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약 먹고 계속 자다가, 한국에 머물던 기간 내내 먹고 싶어하던 베트남 포 국수를 먹으러 나갔지요. 너무 기뻐하며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이런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에 이 아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 아이 아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요즘 들어서 남편과 많이 다투긴 했지만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원망과 불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사의 순간들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망과 불만만을 늘어놓으며 제 자신이 제 마음을 내리찍어 자꾸 울퉁불퉁하게 만들어갔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처음에 한두군데 찍었을 땐 별로 티가 나지 않는 듯 하더니, 이제는 하도 많이 내리찍혀 울퉁불퉁하게 변해버린 제 모습에 오히려 제가 다칠 것만 같이 느껴지는군요.
그래서 오늘은 용기를 내어 "미움과 편견으로 모난" 부분을 내리찍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아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났다,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저는 아이들에게 처음이 가장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저역시 이번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제게 필요한 것을 미리 아시고 채워주시는 하느님이 계셔서 가장 힘든 순간을 넘길 수 있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글어져 있겠지요?
오늘은 한가위로군요. 추석 미사 참례 준비를 다 해 놓고는 깜빡하는 순간에 시간을 놓치면서 결국은 집에 털썩 주저 앉아 있다가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잠깐 밖에 나간길에 휘영청 둥근달을 보는 순간에사 오늘이 한가위로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으며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뜨기"를 기도해 봅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여러분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둥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