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운전하고 지나가다 보면 집 앞의 길가에 FREE 라고 대문짝만하게 종이에 써서 붙여놓은 물건들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보통은 집에서 더이상 사용하지는 않고 버리기엔 아까와 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주인장이 큰 맘먹고 누구 필요한 사람있으면 가져가라 하고 내놓은 물건들입니다. 유학생 와이프로 어렵게 생활하던 당시, 크레이그 리스트를 통해 남들이 버리는 물건을 자주 얻어다 사용했던 전력이 있는지라, 누군가 집앞에 내놓은 공짜 물건이 있으면 저는 지금도 남다르게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
오늘은 큰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 데리러 가는 길에, 학교앞 건널목 길가에 놓여진 FREE 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공짜라는 말에 눈이 번쩍 띄였죠. 중간(?) 크기 쯤 되는 상자 였는데, FREE 라고 써진 사인이 상자 안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상자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FREE 아랫쪽으로 무슨 단어가 더 써 있더군요. 5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어의 아랫쪽 절반쯤이 상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B로 시작하는 단어 같아 보였고 다음 알파벳은 1 자 같이, 그 다음은 그 두개가 반복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차를 타고 스쳐지나면서도 무슨 단어일까 머리를 굴렸습니다.
'BIBLE???'
그러고 보니, 맞는 것도 같아 보이더군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 Bible을 공짜로 가져가라고 내 놓은 걸까? 집에서 굴러다니던 애물단지였었나? 아주 오랜된 것이면 지금 쓰이는 것과는 표현도 조금씩 달라졌을텐데... 가구나 가정용품을 집앞에 내놓고 그냥 가져가라는 건 종종 봤어도, 쓰던 성경책을 내놓고 공짜로 가져가라는 건 정말 첨 보는군...'
그대로 상자를 지나쳐가서, 아이를 태우고 그 상자가 놓여있던 건널목에서, 빨간 신호등에 걸려 신호 대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무심코 오른쪽 옆에서 나란히 대기하고 있는 차를 보게 되었는데, 창문이 열려진 상태여서 그 안이 다 들여다 보였습니다. 운전하는 아줌마 한분과 카풀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3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 중의 2명은 손바닥만한 수첩같은 것을 신기한 듯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상당히 들어보이는 어느 백인 할아버지가 그 나머지 학생 1명에게 창문 너머로 그 수첩같이 생긴 것을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아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제법 고급스런 재질의 양장 커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요. 3명의 학생들은 그 수첩같이 생긴 것을 여기저기 뒤적거리고 있었고, 이번에는 운전자 아줌마가 할아버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건네더군요.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갔는데, 그곳에는 아까 보았던 바로 그 FREE BIBLE 상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 상자 속에서 바로 그 수첩같이 생긴 것을 꺼냈고 다시 차로 돌아와서 아줌마에게 건네 주었다.
'저 수첩같이 생긴 것이 성경책이었나???'
크기가 상당히 아담한 것이 아마도 휴대하기 좋게 만든 포켓사이즈 성경책인 듯 싶었습니다. 그때 그 할아버지는 옆에 지나가는 어느 여학생에게 똑같이 생긴 성경책을 건네주려고 했는데, 그 학생은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젓고는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어, 이건 집에서 굴러다니던 애물단지 성경책이 아닌가벼???'
성경책 상자로 눈길이 갔습니다. 건널목에 서 있던 어느 남학생 하나가 주변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상자로 걸어가서 성경책 하나를 꺼내 이리저리 펼쳐 보았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할아버지 한 분도 그 상자에서 성경책을 꺼내고 계시더군요.
'엉?? 한 사람이 아니었어???'
건너편 건널목으로 눈을 돌리니, 건너편에도 똑같은 상자가 있었고 비슷한 차림의 할아버지 한분이 상자 옆에 서 있었습니다.
'아~~ 선교 목적으로 중학생들에게 포켓 성경책을 나눠 주고 있나 보구나...'
그때 신호등은 파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학생들이 한꺼번에 건널목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손에 손마다 그 성경책을 들고 있었지요. 어떤 학생은 뒤적거리는 차원을 넘어서 열심히 읽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나누어 주면 과연 얼만큼의 학생들이 성경을 읽게 될까?'
성경책을 받아든 사람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여기저기 펼쳐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구절이 눈에 들어왔을까요? 그들은 과연 언젠가 알게 될까요? 영원한 삶으로 가는 열쇠를 오늘 공짜로 받았다는 걸...